대기업 인프라 엔지니어 후기
맨 처음 부서 배치를 받고, 멘토가 술사주며 " 왜 하필 이곳을 택하였느냐 "
단지 탕정이나 거제로 가기 싫다는 마음에 이 곳을 1지망으로 쓴 것이 확실함에도,
되도 않는 수식어로 포장하여 둘러댔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글을 통해 몇년간 일하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려 합니다.
ㅁ 기
보통 신입이라면 어떤 직무 (서버 운영, 네트워크 운영, 비용 배부, 기타 Staff.. )로 가게 될지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미 배치를 받을때, 자신은 한 집단의 필요에 의해 벌써 간택을 받고 들어온 상태로 운신의 자유가 크지는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이것이 궁금하면 어디에 물어봐야하고, 이걸 하려면 어디에 부탁을 해야하는 지 정도를 배워가는 것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뭔가를 배우고 해나가려는 의지가 당연하게도 가장 큰 단계입니다.
서버실을 탐방하다가 도입년도가 어느덧 10년이 다되어가는 장비를 발견하기도 하면서, 불씨를 꺼뜨리면 호되게 경을 치는 종갓집 며느리의 숙명을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ㅁ 승
슬슬 인프라에 대해 눈을 뜨고, 주위의 현실에 대해 자각하게 되는 단계입니다.
대기업 뽕이 슬슬 눈에서 떨어지기 시작하고, 주변에 만연하고 있는 적폐가 자신의 폐부를 찔러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인프라를 크게 천하삼분지계하고 있는 현업 - CI - 서버 운영자의 알량한 관계에 대해 점점 알아갑니다.
이슈없는 태평성대에는 "이것좀 해주세요~^^" 웃음으로 메신저를 날리던 서로가 이제는 수화기를 들고 언성을 높이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이며, 이 싸움이 길어지면 제 3자. 외부 벤더사까지 끼게 됩니다. 외부 벤더사에게는 고래들의 싸움 사이에서 자신들의 S/W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이 진흙탕에서 탈출해야하는 숙명이 주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회사생활 전체를 지배할 가장 중요한 명제를 깨닫게 됩니다. " 누가 책임을 지느냐 "
업무적으로는, 이 작업이나 이 커맨드를 왜 치는지 이유를 슬슬 알아가는 단계이며
내가 서버운영자라고 해서, 네트워크를 쌩까는 행위는 한발 깽깽이로 마라톤을 달리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이 단계를 매너리즘 없이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트렌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중요하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격증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해나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선배들은 대세인 자동화 구성관리툴 중 가장 유명한 앤서블에 대한 공부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쯤에서 미련없이 전업을 준비해도 좋습니다.
ㅁ 전
관리자로 진화하는 단계이며, 기술을 쥐고 가느냐. 전업 관리자로 가느냐
둘 중 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어진 일을 아래로 떠넘겨 낙수효과를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그들의 일과 중 하나는 사내 까페에서 커피를 하루 5-6잔씩 때리기입니다.
현장에서 보이는 기술을 쥐고, 현재 부서 현실을 고쳐보려는 관리자들은 PaaS 등의 새로운 스트럭쳐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합니다.
후배들이나 위에서 인정을 받는 관리자들은 대체로, 이 시기에도 기술을 쥐고 가려 각종 자격증 또는 기술사에 도전하면서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ㅁ 결
인프라 엔지니어, 혹은 인프라 아키텍쳐로 계속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트렌드에 대한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고, 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이를 도입해서 실제로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경험들이 필요해보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런 능동적인 경험을 하기에 대기업 현장은 불리한 점들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 목적이 전도되어 버린 보안 / 운영기준이나 환경 등 )
막상 적어보려니 머리 속에서 말이 뒤섞여 기승전결로 적어봤습니다만, 두서가 없는 것은 여전하네요
인프라 엔지니어를 꿈꾸고 계시다면, 이미 대중화되어가고 있는 IaaS, PaaS에 대한 공부는 필수일 것이고, 집에서 VM이라도 올려서 구축경험이라도 한번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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